사진=픽사베이
중국 당국이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직후 금융권을 겨냥한 대대적 반부패 수사에 착수했다. 전직 고위 금융 관료는 물론 가족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칼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는 9일 린정전 전 중국은행 부행장(60)을 중대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정년퇴직한 린 전 부행장은 중국은행에서 금융부 사장, 홍콩지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핵심 보직을 맡아왔다.
앞서 6일에는 이후이만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61)도 같은 혐의로 조사 대상이 됐다. 이 전 주석은 ICBC 말단에서 출발해 금융계 최고위직까지 오른 인물로, 2019∼2024년 증감위 주석 재직 당시 기술기업의 대규모 IPO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증시 폭락 후 전격 사퇴했고, 1년 반 만에 수사에 휘말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의 아들 이천양 역시 앤트그룹 상장에 관여한 혐의로 당국에 연행됐다.
중국 금융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군과 당 간부 위주였던 반부패 드라이브가 금융권으로 본격 확산된 신호로 해석한다. 최근 3년간 이미 은행 간부 등 100여 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으며, ICBC만 해도 최소 12명의 임원이 수사를 받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당국이 금융 시스템을 정화하고 ‘금융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부동산 불황 속 대중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족형 부패’를 겨냥한 수사가 공산당 권력층 2세들의 호화 생활에 대한 민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