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21 통신=추현욱 ]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는 인간 면역 체계가 우리 자신의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방법을 밝혀낸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사카구치 시몬(74·일본) 오사카대 교수와 메리 브렁코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64·미국), 프레드 램스델(65·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생명과학계에서 ‘말초 면역 내성’이라고 부르는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인간 면역 체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장치인 ‘조절 T세포’를 찾아낸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 몸 면역 체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침입자, 즉 세균을 포함한 수천 가지 미생물을 막는다. 하지만 자칫하면 면역 체계가 인간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 미생물 형태가 저마다 다르고 일부는 인간 세포로 위장까지 해서다. 피아 구별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면역세포가 인간 자신을 공격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을 공격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면역체계 스스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생명과학계에서는 우리 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두고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기존 과학계는 인간 가슴 안쪽에 있는 기관인 ‘흉선’이 그런 역할을 전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카구치는 1995년 자가 면역질환을 막는 새로운 유형의 세포, 즉 조절 T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브렁코 프로그램 매니저와 램스델 과학자문역은 2001년 면역 체계와 관련해 다른 각도의 발견을 했다. 자가 면역질환에 유난히 잘 걸리는 특정한 생쥐 품종을 골라내 연구했더니 ‘Foxp3’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브렁코와 램스델은 인간에게서도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치명적인 자가면역질환인 ‘IPEX 증후군’이 생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IPEX 증후군에 걸리면 지속적인 설사와 영양실조가 유발되고, 갑상선 등 호르몬 기관에 기능 이상이 생긴다
2003년 사카구치는 추가 연구를 통해 브렁코와 램스델이 다룬 Foxp3 유전자가 자신이 발견한 조절 T세포 발달을 조절하는 핵심 열쇠라는 점을 확인했다. 세 사람의 연구가 한데 결합해 인간 면역 체계가 인간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피아 식별 시스템 원리를 규명한 것이다.
올레 캄페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그들은 면역 체계 작동 원리를 밝혀내 우리가 자가면역질환을 피할 수 있는지 이유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 사람의 연구 결과는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으며, 장기 이식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총 상금 1100만크로나(약 16억5000만원)이 주어진다. 상금은 세 사람이 균등하게 나눈다.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노벨위원회는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