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서로 고함치던 이들은 손을 맞잡았고 시는 북한과 교류할 통로를 열기 위해 마라톤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접경지인 파주시는 윤석열 정부 때 남남·남북 갈등의 상징이었다. 한반도 긴장 속 납북자가족단체 등은 대북전단을 공개 살포하겠다며 임진각을 찾았다. 대남방송과 남북 긴장에 지친 접경지 주민들이 이를 막아섰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와 김경일 파주시장은 서로에게 고함치며 맞섰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 하며 찾아온 웃음
기류 변화는 정권교체 뒤 찾아왔다. 양쪽은 물밑 대화를 시도했다. 대립 대신 납북자 피해 가족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길을 모색했다. 그리고 2025년 7월8일, 임진각에서 다시 만난 최 대표와 김 시장은 나란히 앉아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둘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서로를 얼싸안았다.
이제 파주시는 한반도에 평화를 불러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스포츠를 통한 교류다. 파주시는 8월27일 통일부로부터 북한주민접촉신고를 공식 승인받았다. 시는 ‘파주~개성 디엠제트(DMZ) 국제평화마라톤대회’ 추진을 위해 독자적인 대북 접촉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파주~개성 디엠제트 국제평화마라톤대회는 임진각에서 출발해 통일대교와 디엠제트를 가로지르고, 개성을 거쳐 다시 임진각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파주시는 이 대회를 세계 10개국 이상 2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남북관계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북쪽과 대화를 추진하는 첫 시도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앞으로 중앙정부 및 민간교류 경험이 풍부한 단체와 협력해 남북대화 통로를 개척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파주~개성 디엠제트 국제평화마라톤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반도와 세계가 평화로 연결되는 상징적 무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파주시는 8월11일 프로축구 케이(K)리그2 승격 승인을 받은 파주시민축구단을 통해서도 남북교류를 시도할 계획이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경성(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양쪽 지역 축구팀이 경기를 펼쳤던 ‘경평대항축구전’처럼 파주시민축구단과 개성 지역 축구팀 사이 정기 교류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얼어붙은 한반도 녹일 ‘훈풍’
과거에도 남북은 스포츠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 가까운 예로 북한이 2018년 열린 평창겨울올림픽에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대화가 시작됐다. 당시에도 북한은 대화 제안에 거부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가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스포츠를 통해 만들어진 평화 분위기는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평창 사례가 언급됐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경색한 상황에서 스포츠를 통한 교류는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갈등의 장소였던 파주시가 화해를 넘어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