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캄보디아 대표 중국계 기업, 스캠 단지 운영 의혹 확산
  • 김민수
  • 등록 2025-10-21 15:42:01
  • 수정 2025-10-21 15:42:24

기사수정
  • 본사 간판 철거·계열사 명칭 변경…회장 천즈 행방도 묘연

빅뱅 출신 승리가 지난해 캄보디아 한 클럽 무대에서 발언하는 영상. 무대 배경에 등장하는 로고(붉은색 원)는 범죄 소굴 ‘태자단지’ 운영 주체 중 하나인 프린스홀딩스 로고와 같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캄보디아의 대형 민간기업 프린스그룹(프린스홀딩스)이 온라인 사기(스캠) 단지 운영 의혹이 불거진 뒤 본사 간판을 철거하고 계열사 명칭을 변경하는 등 이른바 ‘흔적 지우기’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해당 그룹을 초국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제재에 돌입하면서, 그룹 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놈펜의 중국인 밀집 지역 코피치에 위치한 프린스그룹 본사는 불이 꺼진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건물 외벽에 걸린 황금색 ‘PRINCE’ 로고는 사라지고 철제 골조만 남아 있었으며, 내부 직원들도 “여기가 프린스그룹이 맞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경비원의 태도도 예민했다.


시내의 주상복합시설 ‘프린스플라자’ 역시 간판이 철거된 상태였다. 프린스그룹이 운영하던 클럽 겸 펍 ‘프린스브루잉’은 문을 닫았고, 현지 경비원은 “새 사장이 인수 중”이라며 출입을 막았다. 프린스그룹의 흔적은 곳곳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의 대형 쇼핑몰 ‘프린스몰’은 최근 ‘유(U)몰’로 간판을 교체했다. 현지 교민들은 “국제 언론이 스캠 의혹을 보도한 직후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프린스그룹의 금융 계열사 프린스뱅크는 ‘범죄 기업에 돈을 맡길 수 없다’는 불안감 속에 예금주들이 대거 인출하며 ‘뱅크런’ 사태를 겪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긴급 개입했지만 신뢰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영국은 프린스그룹 및 관련 계열사 117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양국은 프린스그룹이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센터를 운영하며 외국인들을 감금·고문해 온라인 범죄를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자금세탁 및 온라인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그가 소유한 12만7271개(약 2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몰수할 방침이다.


프린스그룹 회장 천즈(38)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프린스뱅크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종적을 감췄다. 일각에서는 캄보디아 정부가 미국·영국의 압박을 의식해 천즈를 사실상 보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천즈가 훈센 전 총리의 고문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프린스그룹 관련 금융 제재를 검토 중이며, 경찰은 서울청에 전담팀을 꾸려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프린스그룹의 예치금 약 912억 원을 동결한 상태다.


프린스그룹은 창립 10년 만에 부동산·건설·금융 등으로 급성장했지만, 음지에서는 온라인 사기의 거점으로 지목받고 있다. 급속히 사라지는 간판과 비워진 건물은 ‘한때의 성공’이 범죄 의혹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상징처럼 보인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르포>어둠의 시대, 동네에서 발견한 '참된 교회' [뉴스21 통신=홍판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다운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흔하다. 그러나 기자가 살고 있는 의왕시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지역을 밝히는 공동체를 만났다.예배당 없이 학교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의왕우리교회(담임목사 온기섭)가 바로 그곳이다. 의왕우리.
  2. 공무원 사칭 사기 기승… 제천·단양서 연이어 발생 “각별한 주의 필요” 최근 충북 지역에서 공무원 사칭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영업자와 납품업체들의 주위가 요구되고 있다.최근에는 제천시에 이어 단양군에서도 군청 재무과로 속인 전화금융사기가 실제로 시도됐다.단양군의 한 환경업체 직원 A 씨는 지난 12일, 모르는 번호로부터 부재중 전화를 받은 뒤 다시 연락했다. 상대방은 자신을 “재무과 직...
  3.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ㅂㄴ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반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는 11월 12일(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반구1동의 대표 명소와 전통시장을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애어린이집, 파랑새생태유치원, 햇살지역아동센터, 나토얀태권도...
  4. 제천시, 지방도 포장공사, 공사 후에도 ‘비포장 수준’…부실시공 논란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5호선 합류로 구간이 최근 진행된 포장 공사 후에도 도로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상태를 보이며 운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취재진이 확인한 현장 사진에서는 포장 장비와 덤프트럭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공사가 끝난 구간은 새로 포장된 도로라고 보기 어려울 정...
  5. 이재명 대통령, “국가 전체 위한 피해 입은 경기 북부, 문제 신속 처리하겠다” [뉴스21 통신=추현욱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북부에 집중된 미군 반환 공여지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해당 지자체들은 숙원 사업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일부는 더 파격적인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이 대대통령은 지난 14일 경기 파주시에서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
  6. 파주시 단수 이틀여만에 해소…16일 오전 전역 수돗물 공급 재개 파주시청 전경. 파주시 제공지난 14일 시작된 파주지역 단수가 이틀여가 지난 16일 오전 정상화됐다.파주시는 광역상수도관 누수 사고로 교하동, 운정동, 야당동, 상지석동, 금촌동, 조리읍 등지에서 이어졌던 대규모 단수가 16일 오전 11시를 기해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시는 관로 압력 변화로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탁수 현상이 발생할 가..
  7.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울산서부라이온스울산서부라이온스클럽은 11월 13일(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남구 봉월로38번길 15에 위치한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봉사에는 김두경 회장님을 비롯해 정상훈 3부회장님, 고문님, 자문님, 그리고 여.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