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가 있어 담보 능력이 없는 아파트를 가짜매수자를 내세워 팔린 것처럼 꾸며 은행으로부터 6억여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과 그 일당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서울 강남의 A은행을 상대로 전세 세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속이고 주택구입 담보대출금 6억33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집주인 이모씨(54)와 대출브로커 박모씨(58), 바지매수인 김모씨(53)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김모씨(62) 등 대출브로커 2명과 김모씨(54)등 바지매수인 모집책 7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5년 12월21일 서울 동작구 소재 고급 아파트를 9억3000만원에 구입한 뒤 대출브로커 박씨 등 10명의 지인을 거쳐 소개받은 바지매수인 김모씨와 공모해 A은행을 속이고 주택구입 담보대출금 6억33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용불량자였던 이씨는 고향 지인인 대출브로커 김씨에게 2억원을 빌린 뒤, 이미 7억8000만원 전세 세입자가 있는 10억대 아파트를 전세를 떠안는 조건으로 구매했다.
애초 구매한 아파트에는 관심이 없었던 이씨는 대출브로커 박씨가 A은행 지점장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이용, 아파트에 전세 세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억대 대출금을 받아 챙기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씨의 제안을 받은 브로커 박씨는 8000만원의 수고비를 받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하기로 하고 지인을 동원해 10번에 걸쳐 소개받은 바지매수인 김씨를 이씨에게 연결했다.
주택구입 담보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전세 세입자의 존재는 '이씨의 사촌이 무상으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언제든지 방을 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세입자가 아니다'라고 말을 맞췄다.
이들의 주장을 쉽사리 믿지 않은 은행이 '세입자에게 무상임차확인서를 받아서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씨와 김씨는 '사촌이 현재 해외에 있다' '이를 알고도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으니 걱정말라'며 또다시 은행을 속였다.
하지만 이씨 등의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났다. 아파트 통장이 전세 세입자 B씨에게 "이중 전입 신고가 들어왔다"고 알려줬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B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6억3000여만원 중에서 4억350만원을 챙기고, 공모한 대출브로커와 바지매수인 모집책들에게 4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은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담보로 받은 아파트를 법원경매에 넘겼지만 미리 확정일자를 받아 둔 B씨만 전세금을 돌려받았을 뿐 은행은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6월4일 이씨를 구속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공범을 검거했다"며 "마지막으로 바지매수인 김씨를 지난달 25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