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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황경자’ 할머니···장한어버이로 국민포장 - 15명 대가족, 책임감으로 건사해 - 이기운 사회2부기자
  • 기사등록 2018-05-08 21: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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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6회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장한 어버이로 국민포장을 수상한 충북 옥천의 황경자 할머니



그 때 내 나이 서른 초반쯤 됐을까.


직업군인으로 퇴역한 남편 따라 시부모님 사시는 고향 동이면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막내 시동생이 이제 갓 걸음마 뗀 어린 나이였지. 시부모님과 시동생 일곱, 우리 가족 여섯, 다 합해서 15명 대식구 건사하려고 이 악물고 살았어

 

846회 어버이 날기념행사에서 장한어버이로 국민포장을 수상한 충북 옥천의 황경자(86, ,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 할머니는 힘들게 살았던 지난날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 정도로 열심히는 못 살 것 같다고 말하며 가슴 한 켠에 묻어뒀던 지난 추억들을 회상했다.

 

헌병대 직업군인이었던 남편이 조기 퇴역한 후,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자는 말 한마디에 강원도에서 4남매를 이끌고 낯선 시골 동이면 남곡리로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8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 졸지에 시부모님과 어린 7명의 시동생 생계까지 책임지게 된 그는 익숙하지 않은 시골 생활에 적응할 시간을 갖는 것도 사치인 듯, 첫날부터 집안일에 농사일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신은 굶어도 엄마라며 따르는 어린 시동생들과 4남매 아침밥을 챙겨주고, 대식구가 벗어 내놓은 옷가지들을 빨면 오전 반나절이 후딱 갔다.

 

오후에는 남편, 시부모님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농사일에 집중했다.

 

자존심 강한 직업군인으로 꼿꼿하게만 살아온 남편 덕에, 새벽 통근 버스를 타고 시장에 나가 전날 수확한 채소들을 펼쳐놓고 흥정하는 것은 어느 순간 온전히 그의 몫이 됐다.

 

오전에는 장사꾼으로, 오후에는 농사꾼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가족과 자식들을 향한 책임감때문이었다.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견뎌내고자 억척스럽게 살아왔던 그는 어려운 살림에 4남매 자식들 교육에도 관심을 뒀다.

 

서울 미아리가 고향인 그는 그 시절 고등교육까지 받은 수재로,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고 영리하단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힘이 닿는 데까지 자식들 교육 뒷바라지를 해내겠다는 그의 다짐은 조그만 시골 동네에서 최초로 외교관 아들을 탄생시켰다.

 

그의 아들은 오재학(63,) 전 호치민 총영사다.

 

자식들 교육을 위해 시골서 읍내로 나와 국밥집까지 해내며 키운 정성으로 첫째 아들인 재학이는 서울대에 입학해, 외무고시에 합격 후 멋진 외교관으로 성장했다.

 

그는 재학이가 대전고등학교 다닐 때 일이었다옥천서 대전으로 매일 기차를 타고 통학을 하는데 하루는 너무 늦어 역 담을 넘다가 역무원한테 붙잡혀 엄청 혼나는 걸 봤다어찌나 속상하던지 없는 살림에 한동안 택시를 불러 통학을 시켰다고 말했다.

 

역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세 딸들도 서울, 청주 등지에서 어머니의 헌신적인 마음을 이어받아 자식들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12년째 옥천군 무공수훈자회 부설유족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황 할머니는 자식들이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훌륭하게 클 수 있었던 데에는 좋은 기운을 내 준 내 고향 옥천 덕이 크다그 고마움을 담아 이제는 무공수훈자 유족지원을 위해 한평생 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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