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부평구 삼산동 특고압 시작과 끝, 그리고 미래
  • 박철희 기자
  • 등록 2021-07-16 08:34:54

기사수정


부평구 삼산동의 특고압 전자파 갈등은 한국전력이 기존 매설된 고압선(154kv)에 특고압(345kv)을 추가 설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갈등을 빚어온 현안이다. 부평구는 주민과 함께하는 민관대책위원회, 한전을 포함한 지중선로협의회를 구성해 13차례의 공식 만남, 47회의 비공식적 업무협의 및 간담회를 통해 4년간의 갈등을 소통과 협치로 해결했다.

삼산동 특고압, 갈등의 시작

한전은 지난 2001년 삼산택지지구 내 지하 8m에 전력구 터널 방식으로 고압선(154kv)을 매설했다. 이후 4년이 지난 2005년 매설된 고압선 위로 아파트가 올라갔고, 2010년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라 201710월 부평과 광명을 잇는 특고압(345kv)송전선 공사계획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가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인천과 부천, 광명 등 수도권 서부지역의 전력 과부하 해소와 정전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20184‘345kv 갈산~신광명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한다. 기존 154kv의 고압선이 매설된 전력구 내에 345kv 3회선을 추가 설치하는 공사다.

특고압 전자파 우려는 학부모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특고압 송전선로가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아래로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은 한전 등에 20184월 매설 정보의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며, 인근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한 학생의 국민신문고 제보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삼산동 특고압 갈등은 지역사회까지 확대된다.

국민권익위는 조사결과를 전자파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학교 주변 전자파가 교육환경 전반에 미치는 보건학적 영향에 관한 학술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조정안을 마련했다. 한전은 용역 결과에 따라 주민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 전자파 측정장치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부평구, 공공갈등 대상사업 선정하고 소통 나서

부평구는 지역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국내 전자파 허용 법적 기준치(833MG)를 내세우는 한전의 전자파 측정결과와 별도로 한전과 주민이 참여하는 전자파 공동실무조사단을 구성한다.

주민들과 함께 전자파 발생량과 노출양, 측정기준, 대상 위치 방법 등 세부 측정기준을 논의했으며,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지난 201812월 세 차례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주민들과 한전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져만 갔다.

한전은 특고압 매설이 합법적인 사항이며, 전자파 측정결과가 법적 허용치를 넘지 않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대책위는 전자파 유해성으로 학생들과 지역주민의 건강권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이미 매설된 154kv뿐 아니라 345kv까지 추가 매설되면 전자파 노출양은 더 많아져 주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더욱 격렬히 반대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201865일 부터 코로나19로 중단된 20202월까지 매주 목요일 주민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며 지역주민의 건강한 생활권 보장 및 154kv의 이설과 345kv의 설치 반대 투쟁을 진행했다.

주민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한전 경인본부, 인천시청 등에 삼산동 주민들과 학생들의 전자파 피해를 호소하며 특고압으로부터 안전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이어갔다.

부평구는 20193삼산동 특고압 전자파 갈등을 공공갈등 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각 이해관계 기관 및 주민과 13차례 개별면담을 토대도 주요쟁점 파악 및 갈등진단을 진행했다.

이후 민관협의체 구성을 위한 주민간담회를 진행해 주민대표 및 시민사회 대표, 각 정당 대표를 선정하고, 인천시와 부평구가 참여하는 민관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첫 소통의 자리는 201951일이었다.

구는 수차례의 민관대책위원회를 통해 기본원칙을 정하고, 한전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현실적 논의를 이어갔다. 이어 한전이 참여하는 삼산동 특고압 갈등해소를 위한 지중선로협의회를 구성, 201967일 갈등 당사자들과 첫 회의를 진행했다.

난관, 소통, 그리고 합의

민관대책위원회와 지중선로협의회가 진행되면서 상호 신뢰에 금이 가는 난관도 있었다. 한전 직원의 주민 사칭 밴드 댓글사건, 한전의 주민 대표성 제기 등 논란으로 지중선로협의회가 파행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부평구는 효과적인 갈등관리를 위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진행했다. 전력구 현장 방문을 비롯해 구의 중립적 의견표명, 주민설명회 제안 등으로 갈등 중재에 나섰다.

구의 노력은 지중선로협의회의 소통과 합의로 이어졌다. 4차와 5차 지중선로협의회에서는 한전이 주민동의 없이 345kv의 지중선로를 설치하지 않겠다고 동의했으며, 154kv의 전자파로 인한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저감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8차 지중선로협의회에서는 한전이 부평지역 일부구간에 전자파 저감을 위한 노력을 했음을 확인하고 최대 부하량 시기(7~8)에 전자파 측정 시행 민관대책위는 전자파 저감 설치 시설을 현장 방문해 확인한다는 내용 등을 한전과 주민 측이 협의했다.

아울러 총 3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고 민관대책위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저감설치시설 현장방문 결과 전자파 저감시설 설치를 통해 맨홀 구간은 90%의 저감, 산책로 구간 45% 저감 등의 성과를 주민들과 공유했다.

마침내 10차 지중선로협의회에서 한전은 부평구 구간 345kv 전력구(터널)를 신설하고, 인천시와 부평구는 1·2단계 사업 관련 인허가 승인에 적극 협조, 주민들은 한전이 추진한 전자파 저감시설 설치 결과를 수용하는 내용에 동의하며 지난 625일 상생협약식을 진행하게 됐다.

13회 공식 만남, 47회 업무협의로 상생협약 이끌어

삼산동 특고압 전자파 갈등은 민관대책위원회와 지중선로협의회가 13차례의 공식 만남, 47회의 비공식적 업무협의 등 끊임없는 소통과 정보의 교류, 불신과 우려의 해소과정을 거치며 갈등이 해결된 사례다.

무엇보다 부평구가 중립적인 역할을 통해 조정자의 위치로 한전과 주민·시민사회·정당 간 소통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주민과 한전이 참여하는 지중선로협의회는 이번 협약을 통해 상호 신뢰를 유지하며 발전적 관계로의 성숙과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후속 협의체를 모색하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강경하 부평구 갈등관리팀장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지방정부인 부평구가 중심이 돼 당사자들과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지역사회와 한전, 주민이 사회적 신뢰를 축적하고 협치의 중요한 성과를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와 더불어 한계도 있다주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지중선로의 설치기준, 지중선로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제화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르포>어둠의 시대, 동네에서 발견한 '참된 교회' [뉴스21 통신=홍판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다운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흔하다. 그러나 기자가 살고 있는 의왕시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지역을 밝히는 공동체를 만났다.예배당 없이 학교 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의왕우리교회(담임목사 온기섭)가 바로 그곳이다. 의왕우리.
  2. 공무원 사칭 사기 기승… 제천·단양서 연이어 발생 “각별한 주의 필요” 최근 충북 지역에서 공무원 사칭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영업자와 납품업체들의 주위가 요구되고 있다.최근에는 제천시에 이어 단양군에서도 군청 재무과로 속인 전화금융사기가 실제로 시도됐다.단양군의 한 환경업체 직원 A 씨는 지난 12일, 모르는 번호로부터 부재중 전화를 받은 뒤 다시 연락했다. 상대방은 자신을 “재무과 직...
  3.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ㅂㄴ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반구1동 마을교육협의회는 11월 12일(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네 한바퀴 돌고돌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반구1동의 대표 명소와 전통시장을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애어린이집, 파랑새생태유치원, 햇살지역아동센터, 나토얀태권도...
  4. 제천시, 지방도 포장공사, 공사 후에도 ‘비포장 수준’…부실시공 논란 충북 제천시 명지동 245-5번지, 662-5번지 일원 지방도 5호선 합류로 구간이 최근 진행된 포장 공사 후에도 도로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상태를 보이며 운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취재진이 확인한 현장 사진에서는 포장 장비와 덤프트럭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공사가 끝난 구간은 새로 포장된 도로라고 보기 어려울 정...
  5. 이재명 대통령, “국가 전체 위한 피해 입은 경기 북부, 문제 신속 처리하겠다” [뉴스21 통신=추현욱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북부에 집중된 미군 반환 공여지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해당 지자체들은 숙원 사업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일부는 더 파격적인 지원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이 대대통령은 지난 14일 경기 파주시에서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
  6. 파주시 단수 이틀여만에 해소…16일 오전 전역 수돗물 공급 재개 파주시청 전경. 파주시 제공지난 14일 시작된 파주지역 단수가 이틀여가 지난 16일 오전 정상화됐다.파주시는 광역상수도관 누수 사고로 교하동, 운정동, 야당동, 상지석동, 금촌동, 조리읍 등지에서 이어졌던 대규모 단수가 16일 오전 11시를 기해 모두 해소됐다고 밝혔다.시는 관로 압력 변화로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탁수 현상이 발생할 가..
  7.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 [뉴스21 통신=최병호 ]*사진출처-울산서부라이온스울산서부라이온스클럽은 11월 13일(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남구 봉월로38번길 15에 위치한 ‘참좋은세상 무료급식소’에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11월 배식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봉사에는 김두경 회장님을 비롯해 정상훈 3부회장님, 고문님, 자문님, 그리고 여.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