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우크라이나 안보보장과 관련해 “미국은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는 입장을 유럽 군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비 차관의 발언은 전날 열린 회의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군 수뇌부가 미국의 지원 방식에 대해 질문하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폴리티코는 이를 “우크라이나 안보보장은 결국 유럽이 책임져야 한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결국 유럽이 안보 보장의 가장 큰 몫(lion’s share)을 부담해야 한다”며 미국 개입을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우크라이나에 미군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하루 뒤에는 “유럽군에 대한 공중 지원 정도는 고려할 수 있다”고 입장을 후퇴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미국의 태도가 갈수록 불확실하다”며 사실상 유럽이 안보 보장을 떠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콜비 차관은 보수 성향 방송인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보좌하며 국방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7월 미국의 탄약 비축량 심사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일시 중단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꾸준히 “유럽이 러시아에 맞서 독자적 방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나토(NATO) 가입이 무산된 상황에서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병력 파견이나 원거리 군사 지원 확대를 논의해왔으나, 미국의 소극적 태도로 종전 협상과 안보 보장 논의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