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 주요 일정 가운데 하나였던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현지 시각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Partnership for a Manufacturing Renaissance)’을 주제로 진행됐다. 삼성, 현대차, SK, 대한항공,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해 미국을 향한 총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지난 7월 관세 협상 과정에서 논의된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기금과는 별개의 직접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장에서 발표된 구체적 투자 계획을 보면,
현대차 그룹은 전기차와 제철 분야에 이어 연 3만 대 규모 로봇 생산 공장을 새로 짓는 등 약 7조 원을 추가 투자한다.
대한항공은 약 70조 원을 투입해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100여 대를 도입하고, GE 항공과는 137억 달러 규모의 엔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SK그룹은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인프라 등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해 미국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는 향후 10년간 매년 330만 톤 규모의 미국산 LNG를 수입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양국 기업 대표들은 협력 각서를 교환하며 첨단 제조업, 원전, 에너지 분야 등 장기적 파트너십을 다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단순한 투자 규모를 넘어, 한국이 미국의 핵심 공급망 파트너임을 재확인시킨 자리였다고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한국이 확실한 동맹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며 “관세 협상에서 불확실성이 봉합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는 양국 정부가 전략산업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정부는 인공지능, 차세대 원전(SMR),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미국 투자 확대 논의도 병행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단순한 투자 규모를 넘어 한국이 미국의 공급망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 성과”라며 “전통 제조업과 미래 산업이 동시에 진전된 의미 있는 협력”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