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태양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모방한 인공 광합성 연구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스위스 바젤대 올리버 S. 웽어 교수 연구팀이 빛을 받으면 두 개의 양전하와 두 개의 음전하를 동시에 저장할 수 있는 ‘특수 분자’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공 광합성은 빛에너지를 이용해 물이나 이산화탄소로부터 수소·메탄올 같은 연료를 얻는 기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반응에 필요한 전하가 안정적으로 분리·저장되지 못해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전하는 이동 과정에서 쉽게 소멸돼 충분한 양을 모으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햇빛과 유사한 세기의 약한 빛에서도 작동하는 분자를 설계해 이 같은 난제를 해결했다. 빛이 닿을 때마다 전하가 분자의 양 끝에 하나씩 축적돼, 두 번의 빛 자극만으로 총 네 개의 전하를 안정적으로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장된 전하는 물 분해, 이산화탄소 환원 등 연료 합성 반응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유지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분자를 일종의 ‘분자 배터리’로 규정했다. 빛을 받아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소, 합성 휘발유, 메탄올 같은 친환경 연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웽어 교수는 “아직 완전한 인공 광합성 시스템을 구현한 것은 아니지만 핵심 퍼즐 조각을 찾아낸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