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를 이라크산으로 위장해 밀수한 네트워크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이는 단순한 불법 거래 차단을 넘어,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끊고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일(현지시간) 이라크·세인트키츠네비스 이중국적 사업가 왈시드 알 사마라이가 운영하는 해운회사와 선박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는 알 사마라이 측이 이란산 석유를 이라크산 원유와 섞어 ‘이라크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최소 3억 달러(약 4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해당 기업·선박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모든 미국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이러한 제재는 이란의 핵 개발 지속과 중동 내 무장 세력 지원, 국제 제재 회피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일관된 정책 흐름에 자리한다. 미국은 최근 수개월간 해운사, 선박, 원유 거래 업체들을 잇따라 제재 명단에 올리며, 이란의 석유 자금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원유 밀수를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 금융망을 통한 외화 확보 차단 △우방국과의 밀거래 억제 △동맹국 안보 강화라는 다층적 목적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후속 조치로는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은행·보험사에 대한 금융 제재, 추가 무역·물류망 제재, 외교적 압박 확대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선 안 된다”며 “재무부는 이란의 석유 수입원을 표적으로 삼아,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약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