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흘째 이어지는 중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어제(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며 북러 혈맹을 과시했다.
이제 시선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방중 사흘째인 오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경제 협력 요청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식량 지원, 인프라 투자, 노동자 파견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한국·일본과의 관계 균형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심사다.
해외 언론도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과 푸틴의 회담은 서방 제재에 맞서는 연대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도했고, AP통신은 “북중러가 신냉전 구도 속에서 협력 구도를 과시했지만, 중국은 서방과의 관계를 의식해 거리를 두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 역시 “김정은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고립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승절 행사에 동행했을 것으로 예상됐던 딸 김주애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김주애는 지난해부터 공개 활동을 통해 사실상 후계자 이미지가 부각돼 왔는데, 이번 부재는 북한이 국제 행사에서 ‘가족 정치 쇼’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일정 후반부에서 다시 등장한다면 ‘후계 구도 강화’라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실질적 합의보다는 ‘상징적 과시’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북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따라 향후 동북아 정세의 흐름에 적잖은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