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만남은 경색됐던 북-중 관계 개선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저녁 7시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북-중 양자 회담은 시 주석의 2019년 6월 평양 방문 이후 6년 만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쪽은 조선(북한) 쪽과 함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긴밀히 하며, 국정 운영과 관리 경험 교류를 심화시켜, 각자의 사회주의 사업과 중조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3일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전승절)에 참석해 중국의 각별한 예우를 받았다. 전승절 행사를 지켜보는 천안문(톈안먼) 성루(망루)에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옆에 섰다. 김 위원장은 전승절 행사 참석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별 회담을 했으며, 이날 시 주석과도 회담했다. 다만 북·중·러 3자 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방포럼 참석을 위해 먼저 귀국했기 때문이다.
전승절 경축행사 참석과 정상회담 개최는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의 전환을 보여준다. 2018~2019년 북·중 정상은 중국에서 4차례나 만나고, 시 주석이 2019년 6월 처음으로 국빈으로 북한을 방문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갔지만, 이후 양자 간 만남은 없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데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북-러 밀착으로 북-중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들어 북-중 상호 인적 교류가 늘면서 관계 변화가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국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국이 이번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26개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환대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용인’을 크게 진전시킨 셈”이라고 짚었다. 그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환대하는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외교적 제재’를 풀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로 인해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