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뉴스영상캡쳐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체포됐다 귀국한 사건이 파장을 키우고 있다. 한미 정상외교 직후 발생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법 단속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는 조지아 HL-GA 공장에 약 63억 달러(약 8조8000억 원)를 투입했지만, 핵심 인력이 빠지면서 최소 2~3개월 공사가 지연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GM과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고, SK온도 조지아·켄터키·테네시에 잇따라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에 370억 달러(약 51조6000억 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HBM 후공정 공장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한화도 조선소 증설에 나섰다.
배터리·반도체·자동차·조선 등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은 업계 추정 기준으로 200조 원을 넘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기업들은 멕시코·캐나다 등 대체 거점을 검토하며 투자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협력 장비업체 등 중소기업들 역시 리스크 관리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이민 문제라면 충격이 덜했을 것”이라며 “한국 대기업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미국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비자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취업 비자 쿼터 확대와 전용 상담 창구 설치가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이 지연되면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우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