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위성락-정동영 힘겨루기…20년 묵은 ‘자주파-동맹파’ 갈등 재조명
  • 추현욱 사회1부기자
  • 등록 2025-10-04 15:35:48
  • 수정 2025-10-04 16:58:28

기사수정



[뉴스21 통신=추현욱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한 ‘동맹파’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속한 ‘자주파’가 외교·안보 현안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것이다.


자주파-동맹파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각각 남북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그룹과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그룹을 뜻한다. 자주파는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는 반면, 동맹파는 미국과 협력이 우선이고, 남북 대화는 한미 공조 틀 안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자주파’로 분류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 있다.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저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싫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주변에 소위 ‘자주파’가 있어 앞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자주파-동맹파 갈등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유엔(UN)총회에서 밝힌 ‘엔드(E.N.D) 구상’에 대한 해석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뼈대로 하는 ‘엔드(E.N.D) 구상’을 내놨다. 위 실장은 이 세 요소가 우선순위나 선후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추동하는 구조”라고 한 반면, 정동영 장관은 엔드 구상은 우선순위가 있고 교류·협력이 선행 과제라고 지적했다.


‘자주파 대 동맹파’ 구도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가 짜여질 때부터 사실상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의 외교·안보 라인 이 자주파-동맹파 갈등이 불거진 20년 전과 등장인물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게다가 위 실장은 20년 전 자주파-동맹파 갈등을 직접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자주파-동맹파 갈등은 정책적 입장 차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두고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달 24일 외교·안보 분야 당정회의에서 장관급으로 구성된 엔에스시에 외교부, 국방부 출신인 국가안보실 1, 2, 3차장이 참석하는 것을 문제로 삼으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엔에스시 구성상 자주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또 위 실장이 맡은 엔에스시 상임위원장도 통일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통일부 장관 겸 엔에스시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전례를 참고해, 본인이 위원장을 맡아 남북관계 개선 등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에 난감해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여당 내에서 위 실장은 합리적 인사로 특히 미국 정계의 강경파가 제기하는 한국의 반미 정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위 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을 외교안보 라인의 주요 투톱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이유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미국을 상대로 한 관세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자주파 대 동맹파 갈등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게 없다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냐”며 “대통령실에서 메시지 조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김문근 단양군수, SNS 밴드 홍보 활동 ‘선거법 위반’ 고발당해 충북 단양군의 김문근 군수가 지역 주민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단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고발됐다.  고발인 A 씨는 최근 단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김 군수가 수천 명의 주민이 가입한 SNS 밴드 ‘단양의힘 김문근’에서 자신의 실적과 업적을 반복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2. 안보 대재앙…野 "국민 59%가 등 돌린 방첩사 해체, 누구를 위한 국가 자해인가“ [국회=서민철 기자] 이재명 정부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사실상 공중 분해하는 초유의 조치에 돌입하자, 대한민국 안보의 최전선을 지켜온 예비역들과 정치권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방첩사 해체, 간첩은 누가 잡나?'를 주제로 긴급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번 조치가 국민 여론과 안보 ...
  3. “추석 인사인가, 선거운동인가”…제천·단양 자치단체장 현수막 도 넘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이 곳곳에 내건 현수막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명절 인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시장과 군수 개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사전 선거운동용 홍보물이라는 비판이 거세다.제천시청 앞과 각 동 행정복지센터 게시대에는 김창규 제천시장의 이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이 걸렸다....
  4. 10월1일, 경기버스 파업시 파주시 비상 수송 대책안(파주시 홈페이지) [뉴스21 통신=추현욱 ]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 간 협상을 진행 중이며, 30일 조정회의에서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내달 1일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한편 파주시는 다음 달 25일 첫차부터 마을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이번 요금 인상은 지난 2019년 요금 인상 이후 6년 만에 시...
  5. 양천구,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행사' 성황리 개최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지난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양천문화회관과 스마트경로당 등에서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 ‘언제나 청춘! 건강 백세’ 행사를 열고, 지역 어르신 1,000여 명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어르신의 활기찬 삶을 응원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히 사전 행사로 마련한 &l...
  6. 안산시, 경제자유구역 지정 발판 삼아 AI 육성·기업 지원 박차 안산시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발판으로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AI 기반 기업 지원과 기술 공모 활성화를 추진하며 지역 혁신성장과 미래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안산시(시장 이민근)는 지난 24일 한양대학교ERICA 프라임 컨퍼...
  7. 강서구, 진교훈 구청장 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찾아 민생 살펴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이 지난 26일(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역 전통시장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를 살피는 등 민생을 살폈다. 진교훈 구청장은 이날 방신전통시장과 송화벽화시장을 잇따라 방문해 상인들과 시장을 찾은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또 진교훈 구청장은 과일 가게, 정육점 등 시장 점포 곳곳을 방문해 명절 물가를 살피.
역사왜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