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팍(사진=네이버 db 갈무리)
[뉴스21 통신=추현욱 ]엔비디아·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996' 바람이 불고 있다.
일과 여가 사이에 균형을 찾는 ‘워라밸’을 중시하던 분위기 대신 주 6회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70시간이 넘는 고강도 근로는 중국과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인공지능(AI) 광풍에 정보기술(IT)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개발자들도 매일같이 야근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에 열심히 일하는 '허슬 컬쳐(Hustle Culture)'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996 근로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자율 출퇴근, 눈치 주지 않는 재택 근무 문화도 실리콘밸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AI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기업들마다 성공을 위해 996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주변에 일을 열심히 한다는 신호를 주는 차원에서도 996을 활용하고 있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동안 일한다는 의미다. 식사시간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계산하면 일주일에 72시간을 일한다는 의미다. 주 4.5일제 도입을 논의 중인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다.
예전에는 중국 IT 업계에서 996 문화를 주로 볼 수 있었다. 후발주자인 중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고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주 70시간이 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부작용이 커지면서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996 근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과 달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X(엑스·옛 트위터)나 링크드인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996이 자주 등장한다. 일부 기업들은 직무기술서에 주 70시간 이상 근무 가능성을 명시하고, 임원들은 채용 면접 때 지원자들에게 주 70시간 이상의 근로를 소화할 수 있는지 묻는다. NYT는 “스타트업 램프 게시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샌프란시스코에서 토요일 기업 신용카드 거래 비중이 전년 대비 늘었다”며 “이는 사람들이 주말에 더 많이 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전문가인 마거릿 오마라는 "AI 투자 열풍이 빅테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기술 근로자들을 과거보다 더 불안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며 "수년간 해고와 높은 이자, 변동성을 겪으면서 한때 편안한 혜택으로 유명했던 테크 업계의 업무 강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의 힘든 테크 시대가 도래했다”며 “미친듯이 일하는(working crazy hours) 것이 새로운 기준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