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사진=SBS뉴스영상캡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비자 취소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카타르 도하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엔 창립 원칙을 위반했다”며 “이제 더 민주적인 곳으로 가야 한다. 도하를 유엔 본부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콜롬비아 대통령으로서 유엔총회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며 국제법이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페트로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일정 중 팔레스타인 사태 규탄 시위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국제군 창설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미군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아니라 인류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발언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그의 발언을 “무모하고 선동적”이라고 규정하며 비자 취소를 통보했다. 콜롬비아 외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비자 취소를 외교적 무기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유엔 정신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콜롬비아는 전통적으로 남미 내 미국의 주요 협력국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좌파 성향인 페트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점을 경계하며, 내년 콜롬비아 대선을 앞두고 그의 측근이 정권을 이어받는 상황을 막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트로 대통령은 재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제 무대에서 미국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번 사태는 콜롬비아와 미국 간 오랜 우호 관계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