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준비된다면, 모스크바로 와라. 그런 회담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젤렌스키와의 만남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도, “그 회담이 과연 의미 있는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계엄령을 해제하고 선거와 영토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협상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필요하다면 현재 러시아 측 협상단의 대표 급을 높일 수 있지만, 기존 체제를 유지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으로 모두를 농락하고 있다”며, 오스트리아·바티칸·스위스·걸프 국가 등을 회담 개최 가능 장소로 거론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런 중립국 회담에는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의 협상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되면 “2단계, 3단계 대책이 남아 있다”며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러시아가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이 행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 아직 2단계와 3단계를 쓰지 않았을 뿐”이라며, 미국이 인도와 러시아 간 원유 거래에 제재를 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50% 관세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혀 러시아와 인도를 동시에 견제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평화 협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는 모든 일을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전선 전반에서 전진 중이며, 우크라이나군은 대규모 공세 능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번 중국 방문을 “긍정적이고 유용했다”고 평가하며, 러시아와 중국이 수년 논의 끝에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연간 1,000억㎥ 이상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이곳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