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 사흘 연속·현물 이틀 연속 최고가 경신하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데에 더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부추긴 결과다.
지정학적 혼란과 세계 중앙은행의 금 선호 추세를 감안했을 때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64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는 1일부터 3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갈아치운 기록이다. 같은 날 금 현물 가격도 온스당 3578달러를 찍으며 2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4일 현재 금값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소폭 약세를 보였다. 금 선물과 현물 가격 모두 전 거래일 대비 약 1% 내외 하락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귀금속 거래 전문기업 골드실버센트럴의 브라이언 란 전무는 “단기 조정에도 금은 여전히 강세장”이라며 “향후 금리가 인하되고 연준의 독립성 우려가 커진다면 금 현물 가격이 단기적으로 온스당 3800달러 또는 그 이상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금값 랠리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금은 무이자 자산이어서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을수록 투자 매력이 커진다. 이와 반대로 금리가 높으면 달러, 국채 등 이자 수익이 있는 자산에 자금이 몰려 외면받기 쉽다.
고용시장이 둔화됐다는 지표가 나오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값은 랠리를 이어갔다. 미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미국 고용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 7월 구인 건수는 두 달 연속 하락해 10개월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준이 9월 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고용지표 발표 전후 92%에서 98%로 높아졌다.
금값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경제 불확실성 확대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 비판하고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을 추진하면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재정 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윌슨 BNP파리바 원자재 전략 디렉터는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금의 매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정이 지연되고 있고, 달러 패권 약화를 우려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 전망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인도·중국·터키·폴란드 등이 지난해 대규모 금 매입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급증했다. 그 결과 금은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준비자산으로 부상해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20%를 차지했다. WGC의 크리샨 고폴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미국 국채조차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금이 자연스러운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중앙은행 금 매입이 늘고 있다”며 “내년 중반까지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