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가 올 시즌 반등에 성공하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하위권에 머물던 한화는 꾸준한 전력 강화와 선수들의 성장에 힘입어 LG와 1위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78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엄상백의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엄상백은 올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1승 7패, 평균자책점 7.42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기대와 달리 1군과 2군을 오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고, 선발에서도 불펜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7월 불펜으로 전환했으나 안정감을 찾지 못했고, 팬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생각해 불펜 기용을 준비하고 있다”며 엄상백의 역할 변화를 공식화했다. 9월 2일 KIA전에서 구원 등판한 엄상백은 1이닝 무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안타 두 개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마무리하며 불펜 자원으로의 적응을 시작했다.
한화는 현재 폰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1~4선발 체제를 구축했다. 가을야구에서는 4인 로테이션이 일반적이기에, 엄상백을 5선발로 쓸 필요는 없다. 대신 불펜에서 1이닝을 전력투구로 소화한다면, 단조로운 구종 문제도 덜 드러난다. KT 시절 구원 경험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경문 감독의 구상은 명확하다. 정규시즌 막판 불펜에서 엄상백을 시험하며 가을야구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패와 부진이 반복됐던 올 시즌, 엄상백이 불펜에서 반전 카드를 쥔다면 한화는 포스트시즌에서 더 큰 힘을 얻게 된다. 한화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이제 시선은 남은 정규시즌과 가을야구로 향한다. 반등의 자신감을 되찾은 한화, 그리고 새로운 역할로 도전에 나선 엄상백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