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가 자신의 최우선 공약이었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당초 약속한 일정대로 추진할 수 없음을 공식 인정했다. 지방선거 전 주민투표, 2026년 설치라는 계획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사실 행정체제 개편을 2026년 지방선거에 맞춰 도입한다는 구상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동·서제주시 분리를 위한 행정 절차가 방대하고 복잡했을 뿐 아니라, 오 지사와 김한규 국회의원 간의 갈등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선거를 불과 9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약을 철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 지사는 4일 간담회에서 “행정체제 개편을 낙관적으로 본 면이 있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다만, 주민투표 시점을 차기 지방선거 이전으로 잡고 2027~28년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는 국정과제인 만큼 임기 내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적 난관은 여전하다. 국회의 설득 과정이 난항을 겪어 공약이 철회된 상황에서, 더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도의원 임기 단축에 따른 혼란과 예산 낭비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사실상 ‘멈춤’을 선언한 지금, 오영훈 지사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기 초 약속했던 1순위 공약이 좌초된 만큼, 남은 임기 동안 민선 8기가 어떤 반전을 모색할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