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당선에 증시 급등·엔화 급락…‘신아베노믹스’ 기대와 불안 공존 / 사진=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대표 SNS 캡쳐
보수 강경파이자 친부양책 지지자인 사나에 다카이치가 자민당 대표 경선에서 전격 승리하며 이달 말 일본의 차기 총리에 오를 예정이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기조를 계승한 ‘아베노믹스’의 대표적 옹호자로,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를 강력히 지지해왔다. 지난해 그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해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카이치의 승리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6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는 장중 2,300엔 넘게 뛰어 4만8,000엔대를 돌파했으며, 종가는 전주 대비 2,175엔 오른 47,944엔 76전으로 마감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 근처까지 근접한 수준이다. 《로이터》는 “다카이치 승리는 증시에서 ‘포지티브 서프라이즈’로 받아들여졌고, ‘다카이치 트레이드’의 재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급등과 대조적으로 외환시장은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같은 날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2개월 만에 달러당 150엔대 초반까지 치솟았고, 유로 대비로도 엔화 약세가 사상 최저권을 기록했다. 《FNN》은 “적극적 재정 정책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동시에 엔화 약세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채권시장도 동요했다. 다카이치 정권이 감세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일본 국채 가격은 수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의 저금리 고수 방침은 일본은행의 정책 방향과 충돌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점진적 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다카이치 집권으로 단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노무라연구소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은 당분간 다카이치 정책을 관망하겠지만,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다카이치는 경선 직후 “정부와 일본은행이 한 발짝씩 움직여야 한다”며 정책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단기적 활력을 얻을지, 혹은 중앙은행과의 충돌로 불안정을 겪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