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개항을 목표로 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의성군과 군위군의 접경지에 들어설 대형 거점 공항이다. 단순히 항공 교통 기능을 넘어서, 신공항은 인근 지역의 도시구조, 산업입지, 정주 공간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유도할 ‘미래도시 엔진’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공항은 지방소멸과 고령화에 직면한 경북북부 농촌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대전환의 계기로 주목된다. 그 중심에는 의성군 봉양면, 즉 도리원이 있다.
도리원은 신공항으로부터 직선거리 약 10km 이내에 위치해 있으며, 기존 중앙고속도로 및 국도 5호선, 그리고 계획 중인 대구-의성간 고속철도 및 신도청 연계도로망과도 접점을 갖고 있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신공항 배후도시’로 최적지 중 하나이며, 실제로 2023년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미래 모빌리티 특화도시’ 시범사업에서 의성 공항신도시가 선정되면서 도리원 일대가 첨단 교통 기반의 미래형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닌 농촌 지역이 자율주행·스마트 교통·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차세대 기술과 융합된 ‘하이브리드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신역원시대(New Station Era)’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신역원시대란, 교통 중심의 새로운 도시축이 생기며 전통 도시 중심지가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역세권 개발’ 수준이 아니라 지방과 농촌지역의 공간구조가 새롭게 정의되고 배치되는 과정이다. 공항과 고속철도, 자율주행 도로 등이 연결되며 도심의 중심기능 일부가 외곽의 새로운 노드(node)로 분산되는 것이다. 도리원이 바로 그러한 신교통 노드가 되고 있으며, 새로운 미래도시의 모형 실험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도리원은 ‘역원(驛院)’이라는 역사적 기반을 가진 지역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이래 행정과 물류 중심지였던 도리원(桃李院)은 원래 ‘都里院’으로 불리며 관리와 상인들이 거쳐가던 전통 역참지였다.
도리원의 원래 명칭과 역사성은 단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지역 브랜딩과 도시네이밍 전략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따라서 도리원은 ‘신역원시대’를 맞이하며 ‘다시 역으로, 다시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는 지역이다.
도리원은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서 미래전환 지역으로 도약하려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람 중심’, ‘기술 기반’, ‘농촌 정체성 존중’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가 있다. 이는 단지 도시화된 농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삶과 자연을 스마트 기술로 확장시키는 새로운 실험이다. 도리원이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도시는 기존의 일방향적 도시화가 아닌, 농촌과 기술, 공동체와 교통이 융합된 다차원적 공간이다.
이제 도리원은 ‘봉양면’이라는 행정적 이름을 넘어, 공항과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형 도시명칭으로서 ‘도리원面’이라는 명칭변경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명 변경이 아니라, 도리원이 가진 역사성과 미래 비전을 연결하는 브랜드 전략이며, 세계로 연결되는 ‘공항도시’로서의 상징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초 작업이다.
신공항 시대에 도리원은 과거의 역원에서 미래의 모빌리티 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농촌이 기술과 비전을 결합하여 ‘살아남는 것’을 넘어 ‘성장하는 지역’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리원은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살아가는’ 미래도시가 되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글/ 논설위원 조광식(행정학 박사)